뮤직온티비 2편 멜로디보다 먼저 베이스를 들어보면 음악이 달라진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 때 우리는 무엇을 가장 먼저 들을까.

아마 대부분은 가수의 목소리일 것이다. 그다음은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멜로디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이상하게 음악을 들어보려고 한다.

가수의 목소리를 애써 따라가지 말고, 음악의 아래쪽에서 들리는 낮은 소리를 찾아보자.

바로 베이스다.

처음에는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베이스가 어디 있지?”

괜찮다. 오히려 정상적인 반응에 가깝다. 평소 우리는 베이스를 의식해서 듣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번 베이스가 들리기 시작하면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다.

수십 번 들었던 노래가 이전과 조금 다르게 들린다.


멜로디보다 먼저 베이스를 들어보면 음악이 달라진다


베이스는 왜 잘 안 들릴까

노래에는 사람의 목소리, 기타, 피아노, 드럼, 신시사이저 등 여러 소리가 동시에 들어 있다.

그중 사람의 귀는 자연스럽게 보컬이나 선명한 멜로디에 관심을 빼앗기기 쉽다.

반면 베이스는 낮은 음역에서 음악 전체를 받쳐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베이스를 의식하지 않고 음악을 들으면

“뭔가 음악이 꽉 차 있다.”

“리듬이 좋다.”

“이 부분에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라고 느끼면서도 그 느낌에 베이스가 얼마나 관여하고 있는지는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다.

베이스는 존재감을 과시하기보다 음악 아래에서 다른 악기들과 관계를 만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늘은 베이스 음을 맞히지 않아도 된다

여기서 음악 공부를 어렵게 만들 필요가 없다.

“지금 베이스가 C를 연주했나? G를 연주했나?”

처음부터 이런 것을 맞힐 필요가 없다.

오늘 할 일은 훨씬 간단하다.

낮은 소리를 찾아보는 것이다.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끼고 익숙한 노래 한 곡을 틀어보자.

그리고 가수의 목소리 뒤에서

둥― 둥둥― 둥―

하고 움직이는 낮은 소리를 찾아본다.

처음에는 음의 높이보다 리듬을 따라가는 것이 쉽다.

손가락으로 책상이나 무릎을 두드리면서 베이스가 소리를 내는 순간을 따라가 본다.

어느 순간부터 하나의 선이 들리기 시작할 것이다.

그것이 베이스라인이다.


베이스는 음악의 ‘바닥’과 비슷하다

집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집에 들어갔을 때 벽에 걸린 그림이나 소파, 조명을 먼저 본다.

바닥을 계속 바라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바닥이 기울어져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집 전체의 느낌이 이상해진다.

베이스도 조금 비슷하다.

우리는 멜로디를 기억하지만 그 아래에서 음악의 중심을 잡고 있는 베이스가 달라지면 음악 전체의 느낌도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같은 멜로디라도 그 아래에 어떤 음이 놓이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서 자연스럽게 ‘화성’이라는 음악이론으로 연결된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여러 음이 함께 만나면서 만들어내는 관계와 느낌을 공부하는 것이 화성을 이해하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베이스와 드럼을 같이 들어보자

베이스를 조금 찾았다면 이번에는 드럼과 함께 들어보자.

특히 ‘쿵’ 하고 들리는 낮은 드럼 소리를 찾아본다.

이것을 흔히 킥 또는 베이스드럼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베이스와 킥이 서로 완전히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음악에서는 둘이 강하게 맞물린다.

쿵―둥.

쿵―둥.

그 순간 음악의 몸통이 만들어진다.

우리가 흔히

“그루브가 좋다.”

“몸이 저절로 움직인다.”

라고 표현하는 느낌에도 이런 리듬 악기들의 관계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다음부터 펑크, 디스코, R&B, 재즈 같은 음악을 들을 때 베이스와 드럼의 관계를 한번 찾아보자.

장르마다 느낌이 상당히 다르다.


같은 베이스도 장르에 따라 전혀 다르다

이 지점부터 음악 여행이 재미있어진다.

록에서는 베이스가 기타와 함께 곡의 힘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펑크에서는 베이스 자체가 곡의 주인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재즈에서는 워킹 베이스가 계속 움직이면서 음악을 앞으로 끌고 가는 경우가 있다.

R&B와 소울에서는 베이스의 미묘한 움직임이 곡의 부드러운 그루브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EDM이나 현대 팝에서는 우리가 ‘듣는다’기보다 몸으로 느끼는 저역이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힙합에서도 베이스는 비트의 성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니까 ‘베이스’라는 악기 하나를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여러 음악 장르를 여행할 수 있다.

이것이 앞으로 뮤직온티비에서 해보고 싶은 음악 공부다.

이론부터 외우는 것이 아니다.

먼저 듣는다.

궁금해진다.

조금 배운다.

그리고 다시 듣는다.


직접 해보자: 한 곡을 세 번 듣는 방법

오늘 좋아하는 노래 한 곡을 고른다.

이미 여러 번 들어본 노래가 오히려 좋다.

첫 번째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평소처럼 듣는다.

보컬을 따라 불러도 좋다.

두 번째

이번에는 보컬을 따라가지 않는다.

낮은 곳에서 움직이는 베이스만 찾아본다.

음 이름은 몰라도 된다.

베이스가 언제 소리를 내고 언제 움직이는지만 따라가 본다.

세 번째

이번에는 베이스와 드럼을 동시에 들어본다.

둘이 같이 움직이는지, 서로 다른 리듬을 만드는지 느껴본다.

그리고 마지막 30초 정도는 다시 음악 전체를 듣는다.

이때 처음과 똑같이 들리는지 확인해본다.


그래도 베이스가 안 들린다면?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

처음에는 베이스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몇 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스마트폰의 작은 스피커보다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사용해본다.

그리고 복잡한 음악보다 악기 수가 비교적 적고 베이스가 분명한 곡부터 시작한다.

볼륨을 지나치게 크게 올릴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적당한 음량에서 한 악기를 집중해서 찾는 편이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 번에 성공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오늘 안 들리던 것이 며칠 뒤 갑자기 들릴 수 있다.

그 순간이 재미있다.


음악이론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베이스를 듣다가 이런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왜 베이스가 바뀌니까 분위기도 달라지는 것 같지?”

바로 좋은 질문이다.

앞으로 배우게 될 코드와 화성의 세계가 여기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아직 코드 이름을 외울 필요는 없다.

먼저 귀로 변화를 발견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노래를 들으며 베이스가 다른 음으로 이동했을 때 이렇게 생각해본다.

“어?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중에 음악이론을 공부하면서

“아, 그때 들었던 변화가 이것이었구나.”

하고 연결하면 된다.

이론을 먼저 외운 뒤 음악을 끼워 맞추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다.


베이스를 듣기 시작하면 다른 악기도 들린다

이것이 오늘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베이스를 잘 듣는 사람이 되는 것이 최종 목표가 아니다.

음악을 하나의 덩어리로만 듣던 상태에서 각각의 소리를 발견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오늘은 베이스였다.

다음에는 드럼이 들릴 것이다.

그다음에는 피아노가 연주하는 코드가 들릴 수 있다.

기타가 왼쪽에서 연주되고 있다는 것도 느껴질 수 있다.

보컬 뒤에서 아주 작게 흐르는 악기도 발견하게 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다시 전체 음악을 들으면 처음과는 다른 음악처럼 느껴진다.

음악은 바뀌지 않았다.

내가 듣는 방식이 바뀐 것이다.


오늘 기억할 것

베이스는 어려운 음악이론을 배우기 위한 과제가 아니다.

좋아하는 음악에서 지금까지 놓치고 있었던 소리 하나를 발견하는 일이다.

오늘 좋아하는 노래 한 곡만 다시 들어보자.

그리고 딱 하나만 질문한다.

“이 노래의 베이스는 어디에 있을까?”

찾았다면 오늘 음악 공부는 성공이다.


다음 편

이제 베이스를 발견했으니 조금 더 재미있는 질문을 해볼 차례다.

“왜 어떤 노래는 처음 몇 초만 들어도 좋다고 느껴질까?”

멜로디 때문일까.

리듬 때문일까.

목소리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다른 이유가 있을까.

3편에서는 음악을 듣자마자 마음이 끌리는 순간을 일반인의 귀에서 출발해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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