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온티비 1. 음악을 잘 듣는 사람은 무엇을 다르게 듣는가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음악을 듣는다.
자동차 안에서 음악을 듣고, 카페에서도 듣고, 운동하면서도 듣는다. 일을 할 때는 음악을 틀어놓기도 하고 잠들기 전에는 좋아하는 곡을 다시 찾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다.
같은 곡을 들어도 어떤 사람은 “노래 좋다” 정도에서 끝나지만, 어떤 사람은 베이스가 움직이는 순간을 발견하고, 드럼의 작은 변화에 반응하며, 화성이 바뀌면서 분위기가 달라지는 지점을 알아챈다.
음악적 재능의 차이일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음악을 깊게 듣는 데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음악이론을 알고 있느냐보다 ‘어디에 귀를 두고 듣느냐’에 가깝다.
오늘부터 음악을 조금 다르게 들어보자.
평소 좋아하던 노래 한 곡이면 충분하다.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좋아하는 노래를 한 곡 떠올려보자.
우리는 보통 가장 먼저 보컬과 멜로디를 기억한다.
흥얼거릴 때도 멜로디를 따라 부른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음악의 중심이 멜로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음악 안에서는 여러 요소가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멜로디가 있고, 그 아래 베이스가 움직인다.
드럼이 시간을 만들고, 코드가 분위기를 결정한다.
피아노와 기타, 현악기, 신시사이저 등의 음색이 공간을 채운다.
심지어 아무 소리가 나지 않는 순간도 음악의 일부다.
그래서 한 곡을 깊게 듣는다는 것은 음악 전체를 한꺼번에 이해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전체 속에 숨어 있는 요소를 하나씩 발견하는 과정에 가깝다.
첫 번째, 멜로디만 듣지 않는다
평소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보자.
첫 번째에는 그냥 평소처럼 듣는다.
그리고 두 번째에는 조금 이상한 일을 해보자.
가수를 듣지 않는 것이다.
보컬을 없앨 수는 없지만 의식적으로 보컬 뒤쪽에 있는 소리를 찾아본다.
“지금 뒤에서 어떤 악기가 연주되고 있지?”
처음에는 생각보다 어렵다.
보컬은 인간의 목소리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우리의 주의를 끈다.
하지만 조금 집중하면 피아노가 들리고, 기타가 들리고, 베이스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 순간부터 같은 노래가 조금 다르게 들린다.
그동안 하나의 덩어리처럼 들리던 음악이 여러 층으로 분리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리듬을 ‘박자’가 아니라 움직임으로 듣는다
음악에서 리듬이라고 하면 흔히 ‘쿵짝쿵짝’을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리듬을 만드는 것은 드럼만이 아니다.
베이스도 리듬을 만들고 기타도 리듬을 만든다. 피아노의 코드 연주도 리듬을 만든다. 심지어 보컬이 가사를 조금 늦게 부르는 것 역시 리듬을 변화시킨다.
좋아하는 곡을 들으면서 손가락으로 일정하게 박자를 두드려보자.
그리고 질문한다.
“드럼은 항상 내가 두드리는 박자와 똑같이 연주하고 있는가?”
자세히 들어보면 그렇지 않다.
어떤 음은 박자보다 앞에서 밀어붙이는 것처럼 들리고, 어떤 음은 조금 뒤에서 따라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여기에서 음악의 그루브가 만들어진다.
좋은 리듬을 듣는다는 것은 박자를 정확하게 세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간 위에서 각각의 소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느끼는 것이다.
세 번째, 베이스를 찾아본다
음악을 조금 더 깊게 듣고 싶다면 내가 가장 먼저 권하고 싶은 훈련이 있다.
베이스만 들어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의외로 잘 들리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작은 스마트폰 스피커로 듣거나 보컬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베이스가 하나의 낮은 울림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어폰이나 헤드폰으로 들어보면서 낮은 음을 따라가 보자.
“둥― 둥― 둥―”
정확한 음이 무엇인지 맞힐 필요도 없다.
베이스가 언제 움직이는지만 찾아도 된다.
그러다 보면 재미있는 현상이 생긴다.
멜로디는 그대로인데 베이스가 움직이는 순간 음악의 느낌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왜 그럴까.
베이스는 단순히 낮은 소리를 담당하는 악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리듬과 화성을 연결하면서 음악의 중심을 잡아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베이스를 듣기 시작하면 그동안 평면적으로 들리던 음악이 입체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훨씬 자세하게 다뤄보겠다.
네 번째, 코드가 바뀌는 순간의 ‘기분’을 듣는다
음악이론을 몰라도 할 수 있다.
C메이저, Am7, Dm7 같은 코드 이름을 맞히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질문을 하나 던진다.
“방금 음악의 기분이 바뀌었나?”
편안했던 느낌이 갑자기 긴장되기도 한다.
조금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질 수도 있다.
어딘가로 떠나는 것 같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 뒤에는 화성의 변화가 있는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코드 이름을 알아맞히려 하면 음악 감상이 공부처럼 변해버린다.
먼저 변화 자체를 느껴보는 것이 좋다.
“여기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것을 발견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다섯 번째, 악기의 ‘소리 색깔’을 듣는다
같은 음을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연주하면 우리는 쉽게 구별한다.
음의 높이는 같아도 음색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 음악을 들을 때는 이 음색을 의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늘부터는 악기 이름을 맞히려고 하기보다 소리의 성격을 표현해보자.
따뜻하다.
차갑다.
거칠다.
부드럽다.
가깝다.
멀다.
맑다.
탁하다.
이런 표현이면 충분하다.
음색을 의식하기 시작하면 오디오 장비의 차이를 논하기 전에도 음악 자체에서 훨씬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여섯 번째, 음악의 ‘공간’을 듣는다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눈을 감아보자.
그리고 소리가 어디에서 들리는지 생각한다.
보컬은 가운데 있는가.
기타는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드럼은 얼마나 뒤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가.
어떤 악기는 바로 눈앞에 있는 것 같고, 어떤 악기는 멀리서 들리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녹음된 음악에는 실제 연주뿐 아니라 이런 공간의 설계도 들어 있다.
좌우 위치, 거리감, 잔향 등이 합쳐져 하나의 가상적인 무대를 만든다.
이것을 의식하기 시작하면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는 재미가 상당히 커진다.
일곱 번째, 곡 전체의 구조를 듣는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다시 멀리서 음악을 바라본다.
인트로가 나온다.
보컬이 시작된다.
후렴으로 간다.
악기가 늘어난다.
갑자기 조용해진다.
다시 후렴이 등장한다.
마지막에는 처음과 전혀 다른 밀도로 끝날 수도 있다.
이것이 곡의 구조다.
처음에는 시간까지 기록할 필요가 없다.
그냥 음악을 들으며 마음속으로 표시해보자.
“여기서 시작한다.”
“여기서 커졌다.”
“여기서 한번 쉬어간다.”
“여기서 다시 돌아왔다.”
이렇게 듣기 시작하면 4분짜리 노래가 하나의 이야기를 가진 구조물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10분만 해보는 청취 실험
오늘 좋아하는 노래 한 곡을 고른다.
가능하면 이미 여러 번 들어본 곡이 좋다.
그리고 같은 곡을 세 번 들어본다.
첫 번째는 아무 생각 없이 평소처럼 듣는다.
두 번째는 보컬을 따라가지 말고 베이스와 드럼만 찾아본다.
세 번째는 모든 소리를 다시 함께 듣는다.
놀랍게도 세 번째 감상에서 처음에는 들리지 않았던 소리가 계속 귀에 들어오기 시작할 수 있다.
곡이 바뀐 것이 아니다.
내가 음악에 주의를 주는 방식이 달라진 것이다.
이것이 깊게 듣기의 시작이다.
음악을 많이 듣는 것과 잘 듣는 것은 다르다
1년에 수천 곡을 들을 수도 있다.
그것도 음악을 즐기는 훌륭한 방법이다.
하지만 때로는 새로운 음악을 계속 찾는 대신 좋아하는 한 곡을 여러 번 다르게 들어보는 것도 좋다.
첫 번째에는 멜로디.
두 번째에는 베이스.
세 번째에는 드럼.
네 번째에는 화성.
다섯 번째에는 음색과 공간.
그리고 마지막에는 다시 전체 음악.
한 곡이 전혀 다른 음악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음악을 깊게 듣기 위해 반드시 비싼 오디오가 필요한 것도, 모든 코드 이름을 알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먼저 필요한 것은 하나다.
“이번에는 무엇을 들어볼까?”
라는 질문이다.
그 질문 하나가 음악을 바꾼다.
정확히 말하면 음악은 그대로다.
달라지는 것은 우리의 귀다.
다음 편
2편에서는 오늘 이야기한 여러 요소 가운데 ‘베이스’ 하나만 집중해서 들어본다.
왜 멜로디를 잠시 내려놓고 베이스를 따라가면 같은 노래가 완전히 다르게 느껴지는지, 실제로 베이스를 찾아 듣는 방법부터 리듬·화성과의 관계까지 쉽게 풀어본다.
다음 편 제목
「멜로디보다 먼저 베이스를 들어보면 음악이 달라진다」
댓글
댓글 쓰기